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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 『한국에서 박사하기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스리체어스,2022) 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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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 『한국에서 박사하기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스리체어스,2022) 출간

만인만색 2024. 2. 7. 02:15

현수진 외, 『한국에서 박사하기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스리체어스,2022) 공저 출간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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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 공부를 하다 보니 역사적 '사실'은 역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의 본질은 특정 시대의 문제의식이 존재하는 학술장에서 개별 연구가 축적되며 해석의 뭉치가 생겨나고, 그런 해석의 뭉치들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 신진 역사 연구자 단체인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이하 '만인만색)'에서 2017년 말부터 활동했습니다. 국가의 일률적인 역사 해석을 반대하고, 역사학의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시민 사회와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

제가 신진 역사 연구자 단체인 만인만색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만인만색은 이런 학계의 구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계 내에서 돈 나올 곳이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된다면, 학계 바깥에서 재원을 끌어오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했죠.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를 수료한 연구자들, 즉 훈련받은 연구자들이 먹고살 방법이 없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했습니다. 신진 연구자들이 연구자로서 기초 소양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식을 활용해 먹고 살지 못한다는 게 슬펐거든요. 그래서 만인만색은 시민 강연, 교양서 출판, 팟캐스트와 유튜브 제작 등 이른바 역사 대중화, 혹은 공공 역사라 불릴 수 있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

광개토 대왕과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처럼 민족적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 한국인들이 원하는 '위대한 민족의 서사물 보여 주는 콘텐츠들이 인기가 많죠. 그런데 연구자 집단은 이런 식으로 역사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습니다. 역사학의 근간은 정해진 역사 서사가 없다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자 집단은 연구사의 맥락을 정리해서 역사적 사고력과 창의력 그 자체를 보여주는 형태로 대중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서사와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연구자 집단이 유명 강사처럼 인기를 얻기는 어려움이 있죠. […]

가지각색의 목적을 지향하는 연구자들 간의 횡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연구자들의 횡적인 네트워크가 정말로 횡적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반성의 시간을 갖는 네트워크를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우리 네트워크가 기존의 관습을 편안해 하고 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지는 않은가, 우리 네트워크 내부의 의사 논의 및 결정 과정이 민주적인가, 우리 네트워크가 새로운 구성원의 생각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네트워크는 새로운 구성원의 유입을 위해서 어떤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등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점검 결과 더 이상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는 해당 네트워크가 그동안 쌓아온 역사와 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발전적 해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또 누군가에게 네트워크 운영을 위한 짐을 져달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명감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 현수진 발언 발췌, 강수영 외, 『한국에서 박사하기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 스리체어스, 2022, 29~30, 156, 158~159, 195~198쪽.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서 바트가 꽁지머리를 한 대학원생을 놀리는 장면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밈이 됐다.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지금의 한국 학계가 체벌에 가깝다고 말한다.

대학원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대학원 바깥에서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이 상상되지 않았고,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가장 좋은 공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대학원을 택하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생계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나를 덮쳤다.

인문학 공부는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재미있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던 시기는 하나의 변곡점으로 남았다.

반복적으로 뉴스에 오르는 논문 표절 사태, 이름만 존재하는 부실 학회는 곪은 학계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대학원을 둘러싼 일련의 밈과 사고들은 한국 대학원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한다.

교수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꿈꿀 수 없어 한 줌의 자리를 위해 능력주의에 매몰돼야 하는 상황, 학술적 공동체가 아닌 경쟁자만을 만들어야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은 평가 제도까지. 대학원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망가지는 대학원과 학계를 바라만 볼 수 없다.

연구자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학계의 모습에는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여성 연구자의 불가피한 커리어 중단,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대물림되는 답 없음의 감각, 설득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율성을 위시한 비효율까지. 모든 대학원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닮아있었다.

필자들은 이 작업이 잘 돼야지만 다음 세대도 문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위해 쓰였다. 에디터인 나에게도 필자의 한 마디는 계속해서 남았다."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 강수영 외 공동저서 『한국에서 박사하기』 출간", <한국강사신문> 2022.12.21.

 

 

『한국에서 박사하기』 북토크 진행 (2023.2.10)

 

 

언론 기사

 

"'우리는 낡은 은마아파트에 사는 꼴'…한국 대학원의 민낯 : <한국에서 박사하기> 펴낸 청년 연구자들", <한겨레> 2023.1.21.
"인문사회 신진 연구세대의 분투기를 만난다", <교수신문> 2023.2.7.
김두얼 교수,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기를 : 『한국에서 박사하기』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9, 2023.3.
이우창, "이제 함께 2020년대를 이야기하자… 한국 대학원·학술장의 생존을 위해 : 서울리뷰오브북스의 『한국에서 박사하기』 서평에 대한 답변", <교수신문> 2023.4.24.
전준하, "양적 성과로 내달리는 ‘학계의 가속화’… '우리에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 서울리뷰오브북스의 『한국에서 박사하기』 서평에 대한 답변(2)", <교수신문> 2023.5.2.
김종영 교수, "『지배받는 지배자』가 『한국에서 박사하기』에게", <교수신문> 2023.5.3.
홍덕구, "‘미국·서울에서 박사하기’를 넘어선 실천을 기대한다 : 『한국에서 박사하기』와 서평을 읽고", <교수신문> 2023.5.29.
손성욱 교수, "삐딱한 시선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 『한국에서 박사하기』를 읽고", <교수신문> 2023.6.13.
"‘부실·대량 생산’ 민낯 드러낸 ‘한국에서 연구하기’", <교수신문> 2023.7.14.

박치현, 「한국에서도 박사하기 위하여 : 서평 『한국에서 박사하기』」, 『대학: 담론과 쟁점』 11, 한국대학학회, 2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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