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2016.10.28)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1년을 대하는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의 입장 본문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1년을 대하는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의 입장
최근 박근혜 정권은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노출하였다. 국정화 강행의 경우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더 이상 웃고 넘길 수 없게 되었다. 지난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는 중학교,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시민들과 역사학계, 역사교육계는 국정화 강행의 반민주성, 비교육성, 몰역사성을 교육현장과 거리에서 비판하였고, 교육부에 32만 건에 이르는 역사교과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전사회적인 반발에도 정부는 11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였다. 교과서 집필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는 현 검정 역사교과서를 ‘좌편향’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을 기회로 왜곡된 역사 서술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미명 하에, 정부는 획일화된 역사를 서술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배포한다는 비교육적 처사를 강행하고 있다. 국정화 강행은 ‘복면집필’이라는 비판에도 1년간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2016년 11월 28일 현장검토본(실험본) 교과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국정교과서 시안 검토는 한 달에 불과하며, 이러한 절차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의 역사인식을 교육현장에 배포하려는 무리한 시도이다.
정부의 국정화 강행에 맞서 역사학계는 다양한 활동으로 대응하였다. 2015년 겨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역사학자들의 ‘거리 강연’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알렸다. 2016년 8월 22일에는 다수의 원로 역사학자들과 학회들이 성명서 「위기의 대한민국, 현 시국을 돌아보는 역사학계의 입장」을 발표하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졸속적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비판하였다. 또한 여러 역사단체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학술/대중활동을 벌여왔다. 국정화 강행에 대한 비판은 신진 연구자/대학원생 사회로도 확산되었다. 작년 10월 30일 젊은 연구자들은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역사인대회’를 개최하였고, 2016년 1월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만인이 만가지 색으로 저항하라’는 모토로 우리는 지난 1년간 반대의견서 제출 릴레이, 정보공개청구운동, 거리집회 참여를 하였다. 또한 팟캐스트 <다시 또 역시>, 스토리펀딩 <한뼘 한국사>, 기획 세미나 등을 통하여 권력과 역사서술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
지난 1년,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은 최고 권력자의 독선과 아집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사회적 합의를 어디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영혼 없는 교육 관료들의 태도는 이러한 야만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복무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한편 우리 역사학계가 오랜 시간동안 구축하였던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앙상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된다. 11월 28일 공개될 국정교과서 시안의 내용은 현재로서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와 학계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역사교과서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학은 획일화된 지식을 알리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그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포착하는 과정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분명한 사실규명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모두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016년 10월 28일 제59회 전국역사학대회가 개최되는 오늘, 우리는 역사연구의 전문성과 역사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폐기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하여 다음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하나.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처리는 반민주적, 비교육적, 몰역사적 행태이며 현 정부에서 탄생할 국정역사교과서는 교과서로서 생명력을 잃었다고 단언한다.
하나. 우리는 현 시국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정화 강행뿐만 아닌 정부의 제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행동을 취해갈 것이다.
하나. 역사학계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 구축과 공론장 형성을 위하여 보다 진전된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공동활동에 나서야 한다.
하나. 우리는 역사연구의 전문성과 역사해석의 다양성, 역사교육의 공공성을 지향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학술/대중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2016년 10월 28일
제59회 전국역사학대회에 즈음하여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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