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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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창립취지문

(2016.1.23)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창립취지문

만인만색 2017. 9. 7. 01:23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는 수년간 진행되었던 역사학 및 역사교과서에 대한 공격의 연장선에 서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교수, 교사, 연구자 등은 진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학문적 논의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한낱 이념적 편향으로 치부해버리고, 졸속적인 행정고시를 강행하였습니다. 나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국가와 정치권력, 그리고 한국사회와 역사학과의 관계를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은 작년에 있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모인 대학원생·신진연구자들입니다. 지난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기간 반대의견서 제출 및 인증을 시작으로 거리행진, 집회참여, 전국역사인대회 개최와 교육부 항의방문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해 새로운 형태 및 내용의 활동을 구상하고 실천을 계속하고자 이곳에 모였습니다.

 

  지난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양극화’와 ‘승자독식’의 목소리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학문과 교육의 영역은 색깔론의 비루한 선동에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우리의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담보하지 않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와 대학에 표류하고 있는 ‘우리’가 있었습니다. 사회와 대학 어느 곳에서도 아직은 온전히 설 수 없는, 그래서 배회하는 존재입니다. 각자의 학교 또는 학회·연구회에 갇혀 우리의 위치와 상황을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사회와 대학에서 우리의 위치를 스스로 규정하기보다는 규정되기를 바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서로 다른 ‘우리’의 존재를,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부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각 속에서 우리가 ‘우리’로 온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거창한 시작은 아닙니다. 그 어떠한 것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역사해석의 다양성과 역사연구의 전문성 그리고 대안적 학문연구와 교육활동을 지향하는 ‘우리’의 공론장을 형성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운영원칙으로 더 많은 다양성과 인권,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약속했을 뿐입니다.

 

  시작이라기보다 새로운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할 수도,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그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순응입니다. 이러한 결의로 ‘우리’는 힘차게 시작합니다.

 

2016.01.15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창립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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