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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말, 대한민국 국민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육사 교정의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접했다. 육사는 곧바로 흉상 철거 계획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미동맹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교내 기념물 재정비 사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김좌진‧이회영‧지청천‧이범석‧홍범도 5인의 흉상이 육사의 정체성 및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육사의 자기 고백이었다. 흉상 철거 계획에 대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기념 단체들의 반대가 잇따랐고, 육사는 결국 4인의 흉상은 교내에 두고 홍범도 흉상만 학교 밖으로 옮기겠다고 계획을 변경하였다. 국방부는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았으며, 논란의 와중에 대통령은 “이념이 중요하다”, 국가안보실장은 홍범도의 후반기 삶이 ..
눈앞으로 다가온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우리 연구자들은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발표한 ‘논문’ 의혹과 그에 관한 후보자 측의 해명에 대해 경악한다. 1.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 측은, 일부 언론이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에세이, 보고서, 리뷰 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며, “해당 ‘오픈엑세스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게재가 완료되는 사이트로, 한 후보자의 딸이 재학 중 장기간 작성해 온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업로드한 것이다. 석·박사 이상만이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연상되는 ‘논문’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형적인 왜곡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해명은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궤변에 불과하다. 예컨대 한 후보자의 딸의 논문이 3편이나 실..
연구자 권리선언을 제안하며 1. 기성 학문 권력의 무능과 부패, 신자유주의화의 광풍 속에 대학과 학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수많은 연구자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신분제적 위계 구조 속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학과 학문의 위기는 단지 연구자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학문과 연구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여 우리 사회 전체의 지적, 정신적, 도덕적 퇴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2. 이에 ‘(사)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이하 연구자의집)’,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이하 민교협)’, ‘대학원생 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등은 올 초부터 학술적 연구의 정당한 가치와 연구자들의 권리를 천명하고, 대학과 학계 내부에서 자행되는 연구자 간의..
2021년 5월 13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12인에 의해 역사왜곡방지법안이 발의되었다. 제안이유는 “헌법 정신을 위반하는 일제 찬양과 역사왜곡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현실에서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국가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의 역사부정론자들이 식민지배를 미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고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공격하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 나온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문제는 전문 연구와 사회적 합의로 풀어가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특정한 역사관에 역사 ‘왜곡’이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처벌 조항을 명시하는 등 역사 문제를 과잉사법화한다는 점에서 역사왜곡방지법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존 마크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한 한국 역사학계 및 시민단체의 규탄 성명 지난 2020년 12월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학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IRLE)』 온라인판에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존 마크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 게재되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2021년 1월 28일 이 논문을 요약 보도한 이후 그 내용의 부적절성과 연구 윤리의 중대한 위반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20세기 전반 일본과 한국에 존재했던 공창제(公娼制, licensed prostitution)..
[성명] 몰염치한 문명교육재단은 양심적 교사에 대한 보복 징계를 철회하고 학교 구성원과 시민에게 사과하라! 경악할 일이다. 경북 경산에 소재한 문명교육재단(이사장 홍택정)은 2017년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했던 문명고등학교 교사 5명에 대한 보복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홍택정 이사장은 “10년이 지나도 해교 행위를 했으면 징계할 수 있다”며 “(국정)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본질적인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참담한 가슴을 억누르며 홍택정 이사장에게 묻는다. 정녕 국정 역사교과서의 본질적 문제를 모르는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2015년 겨울부터 전국의 역사학자, 역사교사,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한 것에 일부러 눈 감은 것은 아닌가. 만인만색 연..
2019년 12월, 또 한 명의 비정규직 강사가 세상을 등졌다. 故 김정희 강사이다. 그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교육조교다. 김정희 강사는 그간의 활동경력을 인정받아 1998년부터 20년 동안 한국 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했다. 그러나 이른바 ‘강사법’ 시행 이후 석사학위 이상 기준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측으로부터 강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강사법, 즉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010년 조선대 강사 서정민의 비극적인 선택이 계기가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또 다시 반복된 김정희 강사의 죽음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이다. 따라서 현상적으로만 본다면 이번 사태는 강사법의 여파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강사법의 탓으로 돌리는 기조의 기사를 ..
밀실행정에서 나온 개악!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2월 5일 조교들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였다. 그리고 8일에는 ‘교육조교 제도 개편에 대한 안내문’을 발표했다. 2018학년도 1학기 개강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제도의 개편인 것이다. 해당 조교들은 자세한 해고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으며, 사전에 어떠한 의견 수렴의 과정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교육조교 제도 개편에 대한 안내문에서는 ‘대학원생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학업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기만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그들만의 편의적 해석으로 제도를 개악하였다.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불편한 진실! 그 동안 각 대학에서 학사업무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대학원생 조교가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열악..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KBS·MBC 방송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한다! 9월 4일 KBS·MBC 노동조합은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KBS의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MBC의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경영진은 사내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언론 탄압의 피해자로 포장하고 있다. 일부 야당은 이들의 호위무사인양 국회 등원거부를 하며 반노동적 발언을 내뱉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땅의 한편에는 보도지침과 언론탄압, 독재의 부역자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1975년 유신 독재에 의해 강제 해직된 조선일보·동아일보 기자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쫓겨난 언론인들, 1986년 보도지침을 폭로했다는 이유만으로 ..
제98주년 삼일절을 맞이하여 ‘지금 당장’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웃을 생각한다. 우리는 매년 3월 1일이 되면 정부의 공식기념식부터 각종 지자체의 재현행사, 언론과 TV특집 프로그램 등으로 1919년의 3·1운동을 기억한다. 어린 시절에는 노래부터 교과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3·1운동의 의미를 배웠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정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문에서 항상 ‘3·1운동’을 강조하였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3·1운동은 일제 식민통치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현재의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역사적 사실로 존재하였다.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부터 5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전국적으로 전개된 대규모 대중운동이었다. 3·1운동에 참가한 조선인의 수는 적게 잡아도 약 50여만 명이다. 많은 숫자..